ZOP LAB · 잡랩사진전
ZOP LAB 온라인 사진전

기다림이 머문 자리

휴대폰 사진첩에 오래 머물던 하늘과 바다, 그리고 한 끼의 접시들.
지나가던 날에 찍어 둔 장면마다 짧은 시 한 편을 붙였습니다.
천천히 한 장씩 넘기며, 각자의 기다림을 떠올려 보시길.

↓ 한 장씩 넘겨 보세요

등불 아래 장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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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불 아래 장미

해 저문 정원에 등불 하나 켜지면
장미는 낮보다 조용히 피어난다
누구를 기다리며 불을 밝혔나
나도 오늘 그 곁에 서서
오지 않은 내일을 기다린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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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을 꽃밭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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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을 꽃밭

뾰족한 지붕 끝에 해가 걸리고
꽃들은 저마다 붉게 물이 든다
하루를 보내는 일이
이토록 고운 줄 몰랐구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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흰 들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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흰 들꽃

이름 없이 피어난 흰 꽃들이
서로 어깨를 기대어 웃는다
혼자였다면 작았을 마음도
모이면 한 들판이 되는구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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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자나무 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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야자나무 길

하늘 끝까지 뻗은 나무들 사이
작은 우산 하나 쉬어 가는 길
볕이 뜨거워도 그늘은 있으니
천천히 걸어도 괜찮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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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굴 끝 계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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동굴 끝 계단

어두운 굴 안에 오래 머물렀다
이끼 낀 돌계단 하나하나 밟으면
저 위 초록빛이 손짓한다
한 칸씩이면 된다
빛은 늘 계단 끝에 있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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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아래 인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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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무 아래 인사

큰 나무 아래 고개 숙인 작은 그림자
수국은 곁에서 말없이 피었다
고맙다는 말 한마디가
그늘처럼 오래 남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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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개비 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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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개비 바다

구름 뒤에 숨은 해가
바다 위에 빛길 하나 깔아 두었다
멀리 바람개비는 쉬지 않고 돌고
나는 그 길 끝에 서서
보이지 않는 바람을 믿어 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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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나무 그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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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나무 그늘

넓은 잔디 위로 가지 하나 뻗어
오래된 집에 그늘을 건넨다
말없이 내어 주는 것들이
가장 오래 곁에 남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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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름 위의 해

09 / 83

오름 위의 해

숨 가쁘게 오른 언덕 끝에서
붉은 해가 들판을 쓰다듬는다
올라온 길은 고되었어도
이 한 장면이면 되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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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무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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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무리

비늘 같은 구름 사이로
달이 둥근 빛을 두르고 앉았다
어두운 밤에도 기다리는 이 있어
나무들은 잠들지 않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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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다리

11 / 83

구름 다리

하늘에 흩날린 흰 붓자국
그 아래 다리가 두 땅을 잇는다
멀리 있는 마음도
언젠가 건너갈 수 있으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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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 들판

12 / 83

초록 들판

봉긋한 오름들이 나란히 앉아
초록 들판을 내려다본다
서두르지 않고 자란 것들은
이렇게 넓고 고요하구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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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간 위 한 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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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간 위 한 잔

얼음 위에 민트 잎 하나 얹고
바다 보이는 난간에 앉혔다
햇살이 잔 속에서 녹아내리면
바쁜 하루도 잠시
시원하게 숨을 돌린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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푸른 지붕

14 / 83

푸른 지붕

산 아래 푸른 기와 나란히 엎드려
큰 구름을 지붕처럼 이고 있다
오래 버틴 것들은
하늘 앞에서도 의젓하구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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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화문 하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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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화문 하늘

신호를 기다리는 사거리 위로
구름은 멈춤 없이 흘러간다
바삐 오가는 길 한가운데서도
고개 들면 하늘은 넉넉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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솔숲 사이 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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솔숲 사이 탑

어두운 솔가지 틈으로
먼 탑 하나 하늘을 찌른다
가려진 길 끝에도
바라볼 곳은 늘 남아 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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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국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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들국화

길가에 흐드러진 흰 들국화
누가 보아 주지 않아도
제 계절을 알고 피었다
나도 내 때를 기다리련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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큰 소나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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큰 소나무

너른 잔디 한가운데
팔을 활짝 벌린 소나무 하나
긴 세월 바람을 견딘 그 품에
파란 하늘이 내려와 쉰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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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리 위의 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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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리 위의 해

두 기둥 사이로 해가 걸려
길게 뻗은 줄들이 빛을 나눈다
건너는 동안은 몰랐다
이 길이 하늘로 이어져 있는 줄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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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례하는 산 아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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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례하는 산 아래

높은 바위산 앞에 선 커다란 그림자
이마에 손을 얹고 인사를 건넨다
오래 견딘 산에게
나도 고개 숙여 경례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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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녁 바다의 배

21 / 83

저녁 바다의 배

하루를 내려놓은 바다 위로
흰 배 하나 천천히 미끄러진다
다리 너머 붉은 하늘이
돌아갈 길을 밝혀 준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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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의 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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숲의 문

우거진 잎사귀 아래 어둠 속
푸른 빛 하나 작게 열려 있다
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
어딘가 문은 기다리고 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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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 오르는 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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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 오르는 물

눈 덮인 언덕을 마주하고
따스한 물이 하얀 숨을 내쉰다
차가운 계절일수록
작은 온기가 더 깊이 스민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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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바닷가

24 / 83

밤의 바닷가

불 켜진 창들이 바다에 내려앉고
파도는 그 빛을 살며시 흔든다
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에도
바다는 제 속도로 숨을 쉰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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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을 위의 갑판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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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을 위의 갑판

하늘이 온통 불을 지핀 저녁
바다는 그 빛을 받아 적는다
난간에 기대선 그림자들도
잠시 같은 쪽을 바라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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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지개 내리막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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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지개 내리막

비 그친 아침 바닷길 끝에
옅은 무지개 하나 걸렸다
천천히 내려가는 이 길도
어딘가 빛으로 이어져 있겠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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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아래 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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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아래 섬

구름이 산마루를 덮어 주고
섬은 말없이 바다에 앉아 있다
멀리서 바라보는 동안
내 마음도 잔잔히 가라앉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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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 내린 마당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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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 내린 마당

밤새 내린 눈이 마당을 덮고
오래된 처마는 하늘을 받친다
하얀 땅 위의 발자국마다
겨울이 한 걸음씩 머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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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어붙은 연못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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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어붙은 연못

얼어붙은 연못 위로
버들가지가 조용히 늘어지고
정자는 봄을 기다리며
오늘의 고요를 지킨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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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을 품은 곡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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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늘을 품은 곡선

곧게 선 벽이 부드럽게 휘어
파란 하늘을 한 아름 안는다
흰 구름이 그 품을 지나며
오후의 빛을 내려놓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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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둠 속의 두 미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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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둠 속의 두 미소

별빛 내린 둥근 천장 아래
두 자리가 고요히 마주 앉았다
오래 머문 침묵 속에서
빛은 조용히 미소를 비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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턱을 괸 고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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턱을 괸 고요

손끝을 살며시 볼에 대고
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
천 년의 시간도
이 고요 앞에서는 잠시 멈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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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담과 초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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돌담과 초가

돌을 하나씩 쌓아 올린 담 너머
둥근 지붕이 햇살을 덮고 있다
느리게 지은 집일수록
오래도록 따뜻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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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물거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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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물거울

잔잔한 물이 밤을 비추고
조각들은 제 그림자와 마주 선다
불빛 하나 흔들리지 않는
고요한 밤의 거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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빛을 입은 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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빛을 입은 풀

나뭇결이 남은 벽 앞에서
가느다란 풀잎이 빛을 입었다
작은 것들도 비추어 주면
이렇게 환하게 빛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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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 물길

36 / 83

초록 물길

초록 그늘 아래로
맑은 물이 소리 내어 흐른다
바쁜 마음도 여기서는
물살 따라 천천히 풀린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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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려다본 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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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려다본 봄

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
하늘 가득 번지는 꽃잎들
잠시 걸음을 멈춘 덕분에
봄이 내게로 쏟아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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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그늘 잔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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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그늘 잔디

연분홍 가지가 드리운 아래
잔디는 봄볕을 펼쳐 놓았다
누구라도 앉아 쉬어 가라고
꽃그늘이 자리를 내어 준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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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로등과 벚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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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로등과 벚꽃

밤을 밝히던 가로등 곁에
벚꽃이 낮의 빛을 밝힌다
서로 다른 시간의 등불이
한 자리에서 나란히 선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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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 오는 밤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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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 오는 밤길

비에 젖은 길 위로
불빛들이 길게 번져 간다
우산 아래 서두르는 걸음도
이 밤엔 조금 느려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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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의 해넘이

41 / 83

바람의 해넘이

바람을 품은 날개가
지는 해를 천천히 배웅한다
하루를 돌고 돈 끝에
바다는 금빛으로 잠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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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을 속 개울

42 / 83

노을 속 개울

물에 발을 담근 저녁
하늘은 온통 분홍으로 타오른다
그날의 웃음소리는
지금도 물결 위에 반짝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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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 덮인 솔숲

43 / 83

눈 덮인 솔숲

소나무 가지마다
하얀 눈이 소복이 앉았다
푸른 잎은 추위 속에서도
제 빛을 잃지 않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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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마 끝의 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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처마 끝의 해

처마 끝에 걸린 햇살이
소나무 사이로 길게 번진다
오래된 담장 곁에서
겨울 아침이 반짝 눈을 뜬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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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물녘 눈 마당

45 / 83

저물녘 눈 마당

산 아래 눈 덮인 마당에
저녁 빛이 푸르게 내려앉는다
하루를 마친 지붕들이
조용히 어둠을 맞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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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리 지붕 아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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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리 지붕 아래

둥근 유리 하늘 아래
동화 속 성이 잠들어 있다
어른이 된 지금도
마음은 그 안을 거닌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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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하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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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하수

도시의 불빛을 멀리 두고 와야
비로소 보이는 강이 있다
별들이 흘러가는 그 길 위에
내 소원도 하나 띄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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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다란 우유갑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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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다란 우유갑

하늘 아래 우뚝 선 우유갑 곁
벤치에 앉은 이는 쉬어 간다
여름 구름이 빨대 끝에 걸려
달콤한 오후가 흘러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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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람차와 기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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관람차와 기와

기와지붕 너머로
관람차가 천천히 하늘을 돈다
뭉게구름 피어오르는 여름
옛것과 새것이 함께 웃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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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겹 무지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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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겹 무지개

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에
무지개가 두 겹으로 떴다
기다린 만큼 선물은
한 겹 더 찾아온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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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 논과 주홍 꽃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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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록 논과 주홍 꽃

바람 지나는 자리마다
초록 물결이 고개를 숙인다
논두렁 끝 주홍 꽃들이
여름의 한가운데를 밝힌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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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물녘 오솔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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저물녘 오솔길

전깃줄 사이로 저녁이 걸리고
좁은 길은 숲으로 이어진다
집으로 돌아가는 걸음마다
하늘이 천천히 물들어 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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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와 위의 가로등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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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와 위의 가로등

해가 진 기와지붕 위로
가로등이 먼저 불을 켠다
어둠이 오기 전 잠깐의 푸름
그 사이에 하루가 머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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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변의 저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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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변의 저녁

방파제 끝으로 해가 기울고
파도는 모래를 쓰다듬는다
물속의 웃음소리도
노을빛에 함께 젖어 간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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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위의 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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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위의 해

날개 끝 너머로
구름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
땅 위에서 기다리던 해를
여기서 먼저 만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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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바다의 새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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구름 바다의 새벽

잿빛 하늘 아래 한 줄기 주황
구름 위로 아침이 번진다
멀리 떠나는 길에서도
해는 어김없이 떠오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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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걷이 끝난 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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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걷이 끝난 들

거둔 자리에 볏짚이 눕고
트랙터는 다음 계절을 고른다
비워 낸 들판 위로
파란 하늘이 넉넉하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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강 위의 노을

58 / 83

강 위의 노을

강물이 노을을 길게 받아
도시의 저녁을 데워 준다
불 켜질 창문들보다 먼저
물이 하루를 밝힌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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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나무의 불빛

59 / 83

작은 나무의 불빛

책상 한켠의 작은 나무에
전구 불빛이 반짝 켜진다
한 해의 끝자락에서
남은 날들을 하나씩 세어 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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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황빛 저녁 연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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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황빛 저녁 연기

주황으로 타오르는 저녁 하늘에
하얀 연기가 천천히 오른다
누군가의 하루가 저물어 가는
따뜻한 숨결처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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공장 너머의 해돋이

61 / 83

공장 너머의 해돋이

굴뚝 사이로 해가 솟고
철망 너머 물결이 깨어난다
일하는 사람들의 아침도
저 빛과 함께 시작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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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벚꽃

62 / 83

밤의 벚꽃

어둠 속에서 더 하얗게
꽃잎들이 밤하늘을 채운다
낮에 다 못 한 이야기를
벚꽃은 밤에 속삭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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벚꽃 터널의 밤

63 / 83

벚꽃 터널의 밤

불빛 아래 꽃 터널이 열리고
길은 그 속으로 굽어 간다
천천히 걸어 들어가면
봄의 한가운데에 닿을 것 같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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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길에 앉아

64 / 83

꽃길에 앉아

꽃잎 쏟아지는 길 위에
누군가 잠시 앉아 쉬어 간다
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
봄이 머리 위에서 말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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햇살 내린 잔디

65 / 83

햇살 내린 잔디

오래된 돌담 곁 너른 잔디에
나무 한 그루 그늘을 편다
햇살이 잎 사이로 스며
오후가 초록으로 반짝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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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가 마을 내려다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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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가 마을 내려다보기

둥근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
산 아래 마을을 이룬다
높은 곳에서 바라보니
느린 삶이 한눈에 담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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초가지붕 너머 들

67 / 83

초가지붕 너머 들

볏짚 지붕이 둥글게 엎드려
푸른 들판을 바라본다
지붕 위 고양이 한 마리도
봄볕에 눈을 감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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붉은 단풍 곁의 비석

68 / 83

붉은 단풍 곁의 비석

오래 선 돌 곁으로
단풍이 붉게 타오른다
말없이 지켜 온 시간 위에
가을이 꽃처럼 내려앉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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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풍 지붕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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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풍 지붕

붉은 잎들이 머리 위를 덮어
하늘 대신 가을이 펼쳐진다
그 아래를 걷는 동안
마음까지 따뜻하게 물든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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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풍과 처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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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풍과 처마

오래된 처마 끝에
노란 단풍이 불을 밝힌다
화려한 단청도 오늘만큼은
가을빛에 자리를 내어 준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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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위 봉우리 아래

71 / 83

바위 봉우리 아래

하늘을 찌를 듯한 바위 아래
작은 지붕이 고요히 앉았다
큰 것과 작은 것이
서로를 받쳐 풍경이 된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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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다를 건너는 다리

72 / 83

바다를 건너는 다리

파란 바다 위로
긴 다리가 두 섬을 잇는다
기다림 끝에 닿는 길처럼
오늘도 누군가 그 위를 건넌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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솟는 구름

73 / 83

솟는 구름

하늘 한켠에 피어오른 저 구름은
누구의 마음을 품었기에
이리도 높이 쌓여 가는가
나도 오늘 하루를 쌓아 올린다

2026.06 · 잡랩 소장

새벽 불씨

74 / 83

새벽 불씨

잠든 지붕 위로 번지는 불빛
밤새 참아 온 하늘이
이제야 붉게 숨을 내쉰다
새벽은 언제나
버틴 자의 몫이로구나

2026.09 · 잡랩 소장

흐린 날의 무지개

75 / 83

흐린 날의 무지개

먹구름 사이 희미하게
걸쳐 놓은 일곱 빛 다리
흐린 날에도 오는 것이 있다
늦을 뿐, 오지 않는 것은 없다

2026.08 · 잡랩 소장

퇴근길 노을

76 / 83

퇴근길 노을

하루를 다 쓴 해가
나무 끝에 걸려 쉬어 간다
나도 잠시 멈추어
저 붉은 숨을 따라 쉰다

2026.10 · 잡랩 소장

둥근 접시

77 / 83

둥근 접시

동그랗게 둘러앉은 붉은 열매들
가운데 노란 달 하나 띄워 놓고
한 숟갈 뜨기 전 오래 바라본다
아름다운 것은 늘 잠시 머문다

2025.12 · 잡랩 소장

가을 저녁

78 / 83

가을 저녁

전깃줄 사이로 흩어진 구름
바람이 쓰다 만 편지 같아
읽지 못한 마음은
내일 다시 펼쳐 보리라

2026.10 · 잡랩 소장

바닷가 한 상

79 / 83

바닷가 한 상

바다가 내어 준 한 점 한 점
어부의 땀방울이 스며 있으니
천천히 씹어 삼키며
먼 물결 소리를 듣는다

2021.06 · 잡랩 소장

막힌 길 위의 하늘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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막힌 길 위의 하늘

멈춰 선 바퀴들 위로
하늘은 결대로 흘러간다
길이 막혀도 마음은 막히지 않으니
천천히 가도 닿을 곳에 닿으리

2026.09 · 잡랩 소장

저녁 한 그릇

81 / 83

저녁 한 그릇

흰 밥 곁에 매운 볶음 한 줌
종지마다 담긴 작은 정성
화려하지 않아도
오늘을 견딘 배를 채운다

2026.10 · 잡랩 소장

여름 국수

82 / 83

여름 국수

뽀얀 국물 위에 얹힌 여름
후루룩 넘기는 면발 사이로
지나간 계절이 따스하게
목을 타고 흐른다

2019.08 · 잡랩 소장

기다리는 바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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기다리는 바다

모래 위에 발자국 하나 없이
바다는 오늘도 기다린다
밀려왔다 물러가는 그 마음처럼
나도 서두르지 않으리
언젠가 닿을 그 날까지

2026.05 · 잡랩 소장

끝까지 머물러 주셔서
고맙습니다

사진·시 잡랩 소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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